Column / 윤경숙의 식(食)과 마음, "손의 기억"

Column / 윤경숙 칼럼니스트 / 2026-01-24 08:30:56

▲photo/Pixabay
[욜드(YOLD)=윤경숙 칼럼니스트] 음식에는 손의 기억이 남아 있다. 같은 재료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손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 손에는 시간이 쌓여 있고, 살아온 삶의 리듬이 배어 있다. 어떤 손은 서두르지 않는다. 재료를 씻는 속도, 칼을 쥐는 힘, 불을 조절하는 손놀림까지 모두 누군가를 떠올리며 움직인다. 그 손이 만든 음식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있다. 손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전한다. 조금 더 얇게 써는 이유, 조금 덜 짜게 간을 맞추는 배려, 뜨거운 그릇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동작. 그 모든 선택이 사람을 향한 마음의 표현이다.
▲photo/Pixabay
요리를 배우는 일은 결국 손을 배우는 일이다. 레시피보다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손의 태도다. 재료를 대하는 존중, 사람을 향한 온기, 그것이 손끝에서 먼저 드러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손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밥을 떠먹여주던 손, 이마를 짚어주던 손,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던 손. 그 손들이 남긴 감각은 오래도록 몸에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음식은 입보다 먼저 마음으로 느껴진다.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음식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리고 경계가 내려간다. 손의 기억이 우리를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photo/Pixabay
시간이 지나 우리가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내어줄 때, 그 손은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이어지고, 전해지고, 겹쳐지는 손의 흔적 속에서 식문화는 살아 움직인다. 손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오늘도 식탁 위에서 조용히 말을 건다.

윤경숙 : (셰프ㆍ한국외식조리협회 이사장)

[ⓒ 욜드(YOLD).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