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 / 첫눈 맞으며 걸어본 낙산 성곽길
- News / 조용수 기자 / 2021-12-03 04:55:33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혜화역 4번 출구를 나와 삼삼오오 모였던 회원들의 저마다의 안부를 뒤로 하고, 낙산 성곽 길로 오르는 첫 계단은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는 묘한 여운을 안겨준다. 간간히 날리는 첫눈 아닌 첫눈 또한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도심의 성곽 길인데 마치 높은 산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다 만난 듯 한 착각에 다시 한 번 주변을 확인해 본다. 낙산 성곽 트래킹은 김철호 회원이 기획한 코스이다. 한 시간 반 동안 도심에서 느껴볼 수 있는 최고의 힐링 선물을 제공했다.
사진기자의 전직을 어디를 가도 숨길 수 없는 듯하다. 모두 휴대폰으로 주변의 풍경을 담기 바쁘다. 담은 사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질 것이고 함께 공유하며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의 동질성을 느낄 것이다. 600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성곽의 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충실했다. 마치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것처럼...
동대문으로 내려오는 길 또한 아기자기하다. 마치 60년대의 서울 사대문안의 골목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느낌이다. 사람하나 겨우 비껴가야만 통과할 것 같은 골목길에서 우리는 유년시절의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 본다. 전봇대마다 붙여놓 임대 포스터를 연신 핸드폰에 담는 김동준 전임회장을 보며 무슨 이유가 있음을 암시도 해본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김문권 회장도 퇴색한 동네의 풍경과 집들을 바라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흘러간 팝송을 흥얼거리며 내려가는 양동출 회원의 콧노래에 박자를 맞춰 내려가는 발아래 두산타워의 커다란 건물이 동대문임을 암시하고 앞선 회원들이 인원을 잠시 확인하니 한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박교원 회원의 연초타임으로 잠깐 잊었다. 성곽 담에 기대 내뿜는 새 하얀 연기는 공기속으로 자취를 감추며 사라진다. 이제 우리도 이 성곽에서 사라져야 할 시간이다.
이제 회원들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만남은 이별을 예고하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의미한다고 했다. 오늘 함께 공유한 즐거웠던 시간들이 함께했던 회원들이 앞으로 보낼 날들의 또 다른 에너지가 되었으며 한다. 함께 공유했던 시간은 추억으로 남게 되고 우리는 그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며 살아가는 미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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