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인생 / 최재영 (전)중앙일보 회원의 제주사랑 이야기

Interview / 편집국 기자 / 2021-12-28 05:03:31
- 한라산 첫 자락, 교래리마을에서 전원생활은 새로운 여유로움의 시작이다.

 

[스마트시니어뉴스= 최재영 칼럼니스트] 오직 사진에 인생을 걸었던 35년의 시간이 끝난 날. 나는 계획했던 제주도의 귀촌을 결정했다. 내가 60여년 생활한 서울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5년 전부터 제주에 대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자리 잡는 곳은 제주시 교래리. 해발 450m 고지에 위치한 한라산 첫 마을이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10년 전부터 하나씩 돌담을 쌓고,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를 심었왔기 때문에 부부만이 살 공간을 짓는 것은 큰 어려움 아니었다. 그러나 30년 교직 생활을 마친 마누라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룰 수 없었던 꿈이었다.

한라산 자락에 있는 내가 사는 마을은 변화무상한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파란 하늘에 뭉개 구름.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파란하늘. 순식간에 신비한 모습을 그려내는 구름들의 향연. 갑자기 밤이 되어 버리는 하늘.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눈을 볼 수 있는 4계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현재 내가 삶을 교감하는 교래리의 환경이다. 한라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덕분에 올해 열심히 농사지은 고구마 잎을 노루가 다 따먹고 갔다. 내년에는 노루 망을 꼭 쳐야겠는 마음도 먹어본다.

제주도하면 귤 농사가 떠오르는데 이곳은 농사보다는 닭이나 오리를 많이 기른다. 여름에는 제주시보다 훨씬 시원하여 이곳으로 더위를 피해 닭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사 먹는다. 또 말 특구로 지정되어 곳곳에서 승마장과 광활한 초목지에서 거니는 잘 생긴 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교래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제주의 풍경이다. 주변에는 교래리의 명소인 돌문화공원과 에코랜드. 예전부터 갈대로 유명한 산굼부리 등이 있고, 제주의 명수인 삼다수 물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제주도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려니 숲 길. 곶자왈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삼다수 숲길도 이곳에 있다.

삼다수 숲길 입구에 자리 잡은 우리 집은 관광객들의 부러움이 되는가 보다. 삼다수 숲길을 걷던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말끔히 다듬어진 정원이 좋은지 한참 구경을 한다. 이곳에서의 나의 생활은 하루하루 짧게 지나가 버리지만 골라도 골라도 끝없이 나오는 돌과 잡초와의 싸움이다. 그렇게 며칠 돌과 잡초와의 전쟁을 하다보면 말끔히 다듬어진 모습에 만족하며 또 다시 주변 일들을 시작한다.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이곳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의 하나이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상관없이 카메라를 메고 올레길, 숲길, 오름 등을 찾아다니며 현재의 제주를 기록한다. 평생 내 삶의 생활을 남기는 것이 업인 것 같다. 주룩주룩 비가 내려야만 겨우 집안에서 쉴 뿐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지금 나의 허리둘레는 32인치. 2인치가 빠지고 날씬해졌다. 얼굴색도 조금씩 맑아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계획을 세워 내손으로 직접 정원을 가꾸어 나가려 한다. 그리고 그곳에 나의 소원인 소박한 갤러리 겸 박물관을 짓고 싶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요즘 안사람이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외딴 곳에서 살려면 부부가 눈을 뜰 때부터 잘 때까지 바늘과 실이 되어야 한다. 지난 4월부터 우리 집 마당 구석구석을 찍으며 사진에 관심을 보이고 아주 열정적이다. 사진에 대해 관심도 없던 집사람에게서 시각적인 센스가 보여 칭찬을 많이 해 주고 있다. 나도 이제부터는 마음껏 제주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봐야지.

나의 생활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시간 다툼을 하고 경쟁을 해야 했던 기자 생활에서 지금은 여유를 갖고 사랑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래서 제주는 또 다른 내 꿈을 담는 캠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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