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life / 그때 그시절 / 울고 웃던 70년대 우리는?

Midlife Culture / 최장용 / 2025-04-04 09:39:41
- 영화를 보긴 전에 의무적으로 뉴스를 보고 문화영화를 보고 애국가가 나오면 모두 기립해
-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그리고 김세환의 세시봉 전설과 ‘여로’의 장욱제의 걸음걸이와 표정

[Smart Senior News=최장용 기자] 외손자를 보았으니 이제 꼼짝없이 할아버지가 됬다. 한번도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가족과 사회에서 이렇게 밀려 노인이 되었으니 나이 50에 쓰는 돋보기 안경처럼 심히 억울한, 준비가 안된, 덜 떨어진 노인이다. 마음은 한창 청년으로 일하던 1970년대지만 이미 그 시대초자 지금의 젊은이들은 전혀 모른다. 

자신에겐 자신 살 속에 살갑게 들어와 있는 지난 일이지만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겐 그저 따분한 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스무살 정도의 청년들은 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긴 전에 의무적으로 뉴스를 보고 문화영화를 보고 애국가가 나오면 모두 기립해 황지우 시인의 시처럼 새들도 세상을 떠는 모습을 보아TEjs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은 5년 전만해도 고전이다. 그런 40대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 우리들의 눈속에는 아직도 생생한 그 시대! 정치는 공포의 시대였지만 그래서 입다물고 있으면 내부가 꽉 차 있던 시대. 적이 뚜렷해서 총을 분명하게 겨냥할 수 있었던 시대. 그래도 술에 취하면 거리에서 TV드라마 ‘여로’의 장욱제의 걸음걸이와 표정을 엉터리로 흉내내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웃겨던 기억, 60년대의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막둥이 구봉서가 아직도 황제처럼 군림하던 시대. 서영춘과 배삼룡이 전성기의 코미디로 저질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면서도 서민들의 시름을 곧잘 잊게 했던 흑백 텔레비전 시대.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그리고 김세환의 세시봉 전설과 이장희, 김도향,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이 분명한 한글 세대의 정서로 우리 노래를 불렀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던 정광태가 누구의 영화에 즐겁게 엑스트라로 출연한 신인이었고, 당시의 하이틴뿜만 아니라 20대, 30대도 그들의 노래를 멘토로 삼았다. 요즘은 한적한 교외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그들의 라이브 무대가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소설 ‘별들의 고향’에서 세련된 감각의 번역 문체로 산업화 시대의 도시인들의 우울한 정서와 예민한 감수성을 정확하게 꿰뚫어 종전에 없던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작가 최인호는 당시 청년문화 선언으로 그 세대의 젊은 대중의 대변인이었다. 지금은 그는 원로가 되어 종교와 역사의 대작들을 집필하고 있다.

21세기 새 천년에 들어와 이제 남은 옛극장 단성사가 허물어져 버렸고, 피카디리가 새롭게 변신했으며, 건축미 문화적 상징이던 스카라극장은 자취를 감춰버린 지금 느닷없이 복고조의 추억과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60대의 중반이 되어버린 내 또래들은 이미 안정된 인생이 있는가 하면 반면,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들의 추억이 시장을 형성하지 못할지라도 복고풍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반갑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꼭 70년대가 다시 떠오른다. 70년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에겐 무엇이었을까? 유태인의 출애급처럼 살아있는 고전인가? 아니면 우리의 구약인가?

[ⓒ 스마트 시니어뉴스 욜드(YOLD).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