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허련선생의 직계 5대의 화맥이 2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화맥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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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 닿다 — 남종화의 성지 운림산방<사진 =김철호> |
[Smart Senior News=김철호 기자] 서울에서 이른 아침 강남 수서역에서 SRT로 목포까지 2시간 반. 고속열차 덕에 일일 생활권이 되어 버린 우리나라. 예전 같았으면 버스타고 가거나 열차를 타고 가도 5시간 이상 걸리던 곳이 1박2일의 짧은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기에 서둘러야 해서 목포에서 렌트카를 빌려타고 바로 한 시간 거리인 진도로 고고싱. 진도대교를 넘어 진도에서는 꼭 가봐야할 곳 운림산방에 도착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남종화(南宗畵)의 성지로 남도 전통회화의 산실로 유명한 명소이다. 남종화는 문인화라고도 불리며 동양화의 일종으로 전문 화원들이 아닌 양반 사대부 계급에서 발전한 화풍을 일컫는다.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조성하여 말년에 거처하면서 창작과 저술 활동을 하던 곳으로서「소치실록」에 따르면 큰 정원을 다듬고 아름다운 꽃과 희귀한 나무를 심어 선경 (仙境)으로 꾸민 곳이며 세계에서 유일한 일가 직계 5대의 화맥이 2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화맥의 산실인 곳이다. 소치 허련 선생이 49세(1856년)에 한양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저술 활동을 하던 곳으로 “소허암” 또는 “운림각” 이라고도 불렸다. 소치는 이곳에서 꿈처럼 지나간 세월을 기록한 “소치 실록”이라는 자서전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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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수련이 핀 연지와 소치 화실<사진 =김철호> |
운림산방이라는 이름은 첨찰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른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첫인상은 마치 무채색 수묵화처럼 단아했다. 담장을 따라 난 소박한 오솔길을 걸으면 들리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꿩 울음소리뿐.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이 고요함은, 말로 다 전하기 어려운 품이 있다. 단아한 소치화실 앞 연지에는 때마침 하얀 수련이 피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동양화풍으로 만들었다. 소치화실 뒤편에는 허련선생이 태어난 고택이 자리잡고 있고 정원사들이 연실 주위의 꽃들과 정원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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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 1관앞 큰나무와 돌의자가 포토스팟 <사진=김철호> |
소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소치 1관 앞 에는 커다란 나무와 돌의자가 자리 잡고 있는데 멀리서 본 카메라 앵글로는 인생샷 찍기 최적의 장소인 듯 싶었다.(날라리 사진가가 본) 같이 동행한 일행 부부들을 한 팀씩 돌의자에 앉히고 한 커트씩 찍어주니 멋진 작품이 나왔다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 스스로는 그림과 글씨에는 문외한이지만 소치 1관의 소치 허련선생의 다양한 동양화와 글씨를 보니 그냥 입이 벌어지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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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련의 산수팔곡병-여덟폭짜리 병풍화 |
먹빛으로 표현된 산수화, 흐릿하지만 분명한 감정의 결을 담은 붓질. 한 점 한 점에 담긴 숨결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금강산을 그린 대작 앞에선 한동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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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 1관 소치작품과 이머시브룸 |
특이 1관에는 이머시브룸이라 하여 실감 콘텐츠 체험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직접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실감 콘텐츠 체험 공간은 소치 허련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화하여 확장성을 연출한 공간이어서 관광객이 많을 경우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하얀 벽에 투사된 그림에 손을 대면 나비가 날아가고 꽃잎이 하늘을 나는 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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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의 그림이 투사된 화면에 손을 대면 나비가 날고 꽃잎이 흩날리게 된다<사진 =김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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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정원이 투영되는 홀로그램.좌석에 앉아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하면 뒤배경이 그림을 만들어준다 |
특히 1관 대기실 한편에는 대나무 정원의 홀로그램과 선면산수도 포토존이 있어 그 자리에 앉아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하면 뒷배경에 눈도 흩날리고 창호문이 닫히는 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할 수 있는 멋진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어지는 소치 2관은 소치 일가 직계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직계 가족의 각기 다른 풍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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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내 |
운림의 뒤뜰은 백련사로 이어지는 숲길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산책로이다. 자연 그대로인 오솔길에는 솔향이 짙게 배어 있었고 낙엽 아래 부드럽게 밟히는 흙소리가 따뜻하기만 했다. 운림산방에는 이외에도 남도 전통미술관도 있어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산방은 볼거리도 풍부하고 그냥 돌아서기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그들의 그림과 글씨들이 수묵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고 하고 멋진 야경이 기다리는 진도 쏠비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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