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맞춤양복의 마에스트로 ‘비앤테일러’ 박정열 대표, 실과 바늘 하나로 두 아들과 성공

Interview / 신성식 기자 / 2023-10-12 15:01:59
- 인생을 짓는 박정열 대표. 내가 짓는 옷도 어찌 보면 역사의 한 흐름
- 맞춤양복 예복이 아닌 평상복으로 널리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

[스마트시니어뉴스=신성식 기자] 젊음과 뉴 트렌드를 창출한다는 청담동. 90년대 초, 수많은 패션 브랜드의 메카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미용 업계의 산실이었다. 이곳 대로에서 소로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면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청담동 해외 유명 브랜드 사이 한 가운데 개인이 운영하는 맞춤양복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번 2019 소상공인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에 빛나는 박정열 대표가 운영하는 ‘비앤테일러’ 맞춤전문 양복점이다.

‘비앤테일러’ 박정열 대표를 만난 첫인상은 그 사람의 인생이 그대로 느껴지게 하는 그의 매장이다. 정장 차림의 마치 패션모델 같은 느낌의 박정열 대표처럼 ‘비앤테일러’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맞춤 양복의 고리타분한 느낌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꾸미지 않은 듯 정리된 고급스러움과 트랜디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인생의 각자 뜻깊은 순간을 느끼게 해준 이번 수상에 감사해하면 이런 큰 상을 차지하는 영광이 무척 감회가 새롭다며 반겨주던 박정열 대표가 실과 바늘로 인생을 꿰맨 지 언 50여 년이 흘렀다. 오랜 시간 동안 바느질하며 가정도 꾸리고 두 아들까지 멋지게 키워냈으며, 어느새 성장한 두 아들은 이제는 어엿한 사업파트너로 성장했다. 인생에 가장 뜻깊은 순간이 이번 수상이었다고 한다.

힘이 들 때면 다른 길을 생각해 볼 법도 한데, 한순간도 다른 곳으로 눈 돌릴 틈이 없이 살았다고 했다. 50년 외길인생으로 한 가지 길만 걸어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박정열 대표에게는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만큼 이 일에 몰두했다고 보여진다. 믿음과 신앙으로 가장 힘든 시기인 1997년 IMF라는 풍파도 꿋꿋하게 버텨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여태껏 단 한 순간도 단순히 입을 옷을 만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박정열 대표가 만든 옷도 결국 제품인 셈이다. 하지만 옷을 판다는 생각보다 인생을 짓는 사람, 옷을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옷을 만든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있고 자기가 선호하는 옷은 본인의 인생 스타일과 그 사람의 삶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옷을 만들 때 항상 생각한다. 그 사람이 이 옷을 어떤 의미에서 주문하였는가, 어떤 용도로 어떤 마음으로 인생의 한 에피소드를 채우려 이 옷을 입고 나설까 말이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양복쟁이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열 대표는 그냥 내 길을 걸어온 그것뿐 어느새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곳까지 온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아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1969년 힐튼 양복점에서 일했던 때입니다. 그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이 양복을 지어달라고 방문하셨습니다. 그 당시는 양복이라는 옷 자체가 아주 귀할 때라, 양복을 리폼하여 다른 분께 선물하는 시대였습니다. 제가 리폼을 맡았는데, 고) 박정희 대통령의 양복 소매 안에 바늘이 들어있었습니다. 디자인을 생각하며 옷을 뒤적이다 소매 안에 있던 바늘에 제 손이 찔려 당황스러워 해던 모습이 빛바랜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내가 발견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렸던 그때의 벌써 수십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때의 아찔했던 순간은 평생을 저와 함께 회고될 추억으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춤양복은 예를 갖춘 행사나 예식 예복으로 주로 생각한다. 박정열 대표가 수많은 맞춤양복을 제작하면서 이야기하는 다른 점은 멋쟁이들은 오히려 평상복으로 옷을 맞춰 입는다고 했다. 좋은 날,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요즘은 정치인, 전문직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CEO,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입을 수 있는 슈트를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비앤테일러’가 이번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경쟁력은 박정열 대표만의 노하우인 패턴과 디자인, 원단선택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느질이라고 했다. 양복을 모두 똑같다고 보는데, 이런 작은 차이가 큰 완성도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시아권에 있는 한국이 양복의 나라 이탈리아와 영국에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굉장히 앞서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비앤테일러’의 단골 고객으로 한국에 올 때마다 그에게 슈트 제작을 요청한다. 

박정열 대표의 ‘비앤테일러’는 개인 샵으로, 고객분들의 취향에 어울리게 제작하는 비스포크 스타일의 양복점이다. 체인점이 아닌 단 한 곳의 비스포크 샵을 운영하기에 서울권에 있는 분들 외에는 방문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주시고, 부산이나, 제주도에서도 방문하고 있지만, 이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 고민 중이다. 최근 젊은 사람들도 맞춤양복에 관심을 조금씩 두고 있다며 국가나 대학에서도 전문 맞춤양복 테일러 양성을 위한 전문과정을 설립해 맟춤 양복이 새로운 비상을 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정열 대표의 양복을 입으면 ‘멋지다’라는 생각과 ‘멋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맞춤 양복 전문인의 길을 택하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들이 기특하고 보기 좋다는 그는, 이길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완성품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고, ‘어려운 과정이 있기에 좋은 결과물이 있다’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끝으로 이번 소상공인 대회에 수상을 계기로 맟춤 양복으로 취업에 힘든 젊은 청년들에게 창업의 길이 열리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개인으로 국가의 큰 보탬이 되는 이모작 인생을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는 박정열 대표의 눈에서 아직도 목마름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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