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Tour / 필리핀 LAOAG Fort Ilocandia CC/ 스페인풍 古都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핸디캡 2의 골프장

Golf & Park Golf / 오수정 칼럼니스트 / 2024-10-31 16:39:26

 

[스마트시니어뉴스=오수정 기자] 여행은 그 자체가 참 마음 설레는 일이다. 고정된 삶의 틀을 벗어나 편하게 자유를 누린다는 해방감, 낯선 자연과 삶에 살짝 무임승차해 본다는 짜릿함,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일상에선 어림도 없는 순화된 자아(自我)를 느끼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있다. 목적지가 쉽게 가볼 수 없는 이국(異國)의 작은 도시라면 긴장감이 더해 마음은 더욱 설레게 된다.


‘열도(列島)의 나라’ 필리핀의 한 지방 도시 라오아그(Laoag)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한다. 필리핀을 이루고 있는 4개의 큰 섬 가운데 가장 북쪽의 루손 섬에서도 북단(北端)에 위치한 이 도시는 인구가 12만 명으로 작지만 1500년대 중반 스페인이 점령해 일찍부터 짜임새 있게 잘 발달해 온 고도(古都)다. 간간이 보이는 중세 스페인 풍의 오래된 건물이 인상적이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프차를 개조해 만든 지프니와 바퀴가 셋 달린 모터사이클(트라이시클)이 넓지 않은 도로를 독한 매연과 정신 사납게 할 정도의 굉음을 토해내며 벌떼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흥미롭다. 까무잡잡한 원주민들의 순한 표정에서는 덩달아 순해지는, 꽤 가치 있는 불로소득도 얻는다. 겨울임에도 한 낮에 25도를 약간 웃도는 더위가 일찍 몸을 지치게 하는 게 약간 원망스러울 뿐이다.

 

라오아그는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비록 1896년 민중의 심판을 받고 하와이로 쫓겨나 3년 후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적어도 그의 출생지에서만큼은 그의 후손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들과 딸이 독재자로 낙인 찍혀진 ‘마르코스’라는 성(姓)을 버젓이 달고 시장과 국회위원으로 ‘누리는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다.

 
마르코스가 민중에게는 씻을 수 없는 중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라오아그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다. 이곳은 필리핀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집이 고급스러운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물질적인 삶의 질이 월등히 높다. 한 마디로 부촌(富村)인데, 그렇게 된 데는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길이 따로 없다. 거꾸로 보면, 그 만큼 그의 고향 그리는 마음이 컸다는 이야기다.

라오아그가 작은 고장이면서도 필리핀에서 가장 알아주는 골프장 'Fort Ilocandia Golf & Country Club’과 명문 리조트인 ’Fort Ilocandia Resort'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마르코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트일로칸디아 C.C는 약 30년 전 골프 마니어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자신만을 위해 만든 개인전용 골프장이다. 그야말로 ‘황제 골프장’이다. 게리 플레이어와 론 커버, 그리고 마르코스 전 대통령도 직접 코스 디자인에 참여했다.


골프 코스는 핸디캡2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자신에 맞게 라운딩을 하기 위해 만들어져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페어웨이는 높낮이 편차가 매우 크고, 나무가 요소요소에 장애물로 심어져 있어 공략이 꽤 까다롭다. 또 대부분이 포대 그린이어서 아주 정확한 어프로치가 아니고는 온그린이 거의 불가능하다. 홀 중에서는 40만평의 거대한 인공호수를 끼고 700야드 넘게 ‘ㄷ’자로 펼쳐지는 인코스의 4번 홀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홀 그린 뒤편으로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직무도 보며 휴식도 취했던 별장이 호수를 바라보고 서 있다.

포트 일로칸디아 리조트는 1983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장녀의 결혼식을 위해 지은 것으로 권력의 위용을 실감케 할 정도로 규모가 웅장하다. 필리핀 북부의 유일한 5성급 리조트이기도 하다. 77헥타르의 부지에 스페인 풍의 289개 객실과 각가지 부대시설(수영장, 승마장, 카지노, 사격장, 드라이빙 레인지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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