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1941년 3월 28일 버지니아 울프 투신자살> 그녀의 강(방) 안으로 사색의 낚싯줄을 드리우다

Midlife Culture / 박인권 / 2025-03-28 18:36:23

[Smart Senior News=박인권 기자]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 삶과 죽음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살'이라는 선택적 죽음에 대한 동정보다 그녀의 '생'이 주는-주었을- 모호한 희망과 적나라한 고통에 더 큰 연민을 느끼게 된다. 

1941년 3월 28일, 양쪽 호주머니에 돌을 채워놓고 우즈 강에 투신자살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문학만큼이나 자주 거론되며 읽혀지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 삶과 죽음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살'이라는 선택적 죽음에 대한 동정보다 그녀의 '생'이 주는-주었을- 모호한 희망과 적나라한 고통에 더 큰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삶과 죽음 - “나는 죽음에 관해 쓰려고 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삶이 침입해 들어왔다.”(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1922.2.17)

어느 작가의 유고집을 소개하는 글에 ‘한 작가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항상, 부족했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녀의 삶과 죽음을, 짧은 단편적인 사실들로 정리하듯 전달하는 것에 있어 시간의 부족함과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는 바다.

대표적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런던에서 출생, 1941년 3월 우즈 강에 투신자살하기까지 소설가이자 철학가, 비평가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친다. <타임즈>지에 문예비평을 썼으며 학자 문인들을 모아 '블룸즈버리그룹'이라는 지적 집단을 만들기도 했다. 1915년 처녀작 <출항> 간행 이후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세월>과 페미니즘 비평서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출간했으며, 많은 평론과 에세이, 작가의 내면 풍경으로 솔직하게 풀어 놓은 여러 권의 일기를 남겼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앓던 신경증의 재발로 인해 1941년 3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삶과 문학 - “제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줘요. 내가 원하는 건 이 적막함이 아니라 그 격렬한 도시의 삶이란 말이에요...”(영화 ‘디아워스’의 극 중 버지니아의 대사)

그녀는 자주 강가에 나가 사색의 낚싯줄을 드리우곤 했다. 그 낚싯줄 끝에서 어떤 상념들이 갑자기 응집되어 오는 것을 감지하고서는 그것을 조심스레 잡아당겨 주의 깊게 펼쳐보았다.  

 

 

저 멀리 버드나무들이 어깨에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영원한 비탄에 잠겨 흐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버드나무 잎과 그 잎 아래 일고 있는 잔물결과 잔물결 사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다시 펼쳐지는 세상의 움직임을 마음으로 쫓고 있었다. 그것을 픽션으로 엮어 풍경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사람으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정유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해 나갔다.

 

그녀의 글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으며 시간에 한계에 닿아 있지 않았다. 시간도 공간도 그녀의 언어 속에서는 사람과 풍경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것이 진실 된 사실들로 충실한 그녀만의 픽션이 되어, 현대소설의 고전으로 모더니즘의 대표소설로 페미니즘의 필독서로 세상에 알려지곤 했다. 그러나 그녀가 (필요에 의해) 택했던 '모더니즘, 페미니즘, 사회주의와 같은 것들은 그녀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잠깐씩 들른 간이역'에 불과했다. 그녀가 도달하고자 한 '궁극적인 목적지는 인본주의라는 정거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본주의의 중심엔 여성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있었고, 그런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존엄성 회복을 위해 글을 쓰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죽음과도 같은 휴식대신 격렬한 도시의 삶을 꿈꾸듯 희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버지니아 울프는 도시로 향하는 열차를 타지 못했고, 끝내 밖으로 향하는 열차대신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강물의 흐름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 죽음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느 화가의 그림 한 편을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화가는 열차가 지나는 순간의 풍경을 화폭에 담을 것이다. 그 열차는 김을 내뿜으며 앞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고, 그 열차가 지나가는 한쪽에는 풍경처럼 다리가 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리 아래에는 검은 그림자 일렁이는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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