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여행스케치 조병석, 사고의 아픔 딛고 평생 음악인을 다짐하는 ‘루카’ “나의 음악 인생에 채색을 하자”
- Interview / 안정미 기자 / 2025-10-26 22:45:07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는 1989년 명지대학교 백마가요제 출신 대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포크팝 밴드다. 리더 조병석은 ‘일상의 감성’을 노래 소재로 삼아 친근하고, 서정적인 편안한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했고,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소위 잘나가던 가수활동으로 부러울 것 없는 기쁜 청춘의 나날들을 만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스케치’ 하면 지금 30~40대 이상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금 촌스러운 말로 표현하자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대학생 포크그룹이었지 않은가. 아직도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내 보거나 떡볶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 때 들었던 그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별이 진 밤하늘만 봐도 노래가 자동 재생되는 곡들의 주인공이 바로 여행스케치다. 그리고 벌써 30여 년이 훌쩍 넘어 그 노래를 부르던 청년들은 어느덧 중후한 중년이 되었다. 우리의 추억 속 대학생 언니 오빠 밴드의 모습은 이제는 사라졌지만, 남성 듀엣으로 남은 여행스케치는 아직 건재하고, 리더였던 조병석은 현재 ‘루카’라는 예명으로 음악활동을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조병석을 이야기하는 데 여행스케치의 대표곡 ‘별이 진다네’를 빼 놓을 수 없다. 그가 군대에서 만든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던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별의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한 ‘별이 진다네’는 이별 노래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삶, 추억, 그리움 모두가 담겨있다. 사랑이 끝났다는 슬픔보다 그 시간마저 아름다웠다는 정서를 담았기에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는 따뜻한 곡이다.
대학생이었던 여행스케치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젊은이들의 참신함도 더해져 대학생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휴식 같은 곡. 마음을 릴렉스 시킬 수 있는 느낌으로 멜로디와 화성은 그대로 두고 리듬을 한 번 깨보자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였던 그때의 여행스케치 곡들은 그랬다. 참 편안하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별’이라는 단어만 던져 봐도 ‘별이 진다네’ 노래가 튀어나오는 마법 같은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MT나 여행을 갔던 그 곳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 풍경들을 떠올리며 통기타를 집어 들고 ‘별이 진다네’를 연주하고 싶은 마음들이 여전하다. ‘별이 진다네’는 그런 곡이다.
30년도 더 지난 지금, 통기타를 연주하며 80~90년대의 곡들을 연주하는 어린 친구들도 보이고, 그 당시의 노래와 느낌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요즘이다. 돌고 돌아 현재로 찾아 온 포크의 유행이 반가워 더욱 생각나는 여행스케치. 추억소환이 절로 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고맙다.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옛 친구에게’ 등 아직까지도 많이 불러주는 후배 가수들도 많아, 그는 늘 감사한 마음이라 전한다.
여행스케치. 한글로 적으면 상당히 예쁘고 감성적이었던 그룹 이름이었는데, 왜 개인 활동명을 전혀 다른 느낌의 ‘루카’로 정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엷은 미소로 담담하게 두 번의 큰 사고를 겪어 인생의 관점이 바뀌면서 성경에서 따온 이름이라 전했다.

그는 15년 전 크게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적처럼 죽다 살았다. 게다가 뇌의 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증까지 걸려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만 해도 수년이다. 그렇지만 긴 시간 병상에 누워있고, 오랜 동안 나 자신을 잊고 사랑하지 못하며 보낸 아픔의 시간들이 그에게는 ‘지금’이라는 기적 같은 삶을 가져다 준, 한편으로는 귀한 시간이었다 말한다. 그리고 7년 전 또 한 번의 큰 교통사고로 또다시 고통의 시간이 찾아온 그. 지금도 회복하고 있는 중인 그는 두 번의 큰 사고를 겪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많은 것을 가졌던 그가 많은 것을 잃게 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깨끗한 시간을 선물 받은 것도 같았다. 아팠던 그 시간들이 불운했던 것만은 아닌, 귀한 깨달음과 다시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 만난 이름 ‘루카’로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시작했다.

사실상 대중들이 기억하는 여행스케치는 오래 전 해체의 길을 걸었지만, 여전히 듀엣으로 여행스케치를 이어가며 조병석은 긴 시간을 포크적 감성을 피워내는 음악의 삶을 살았다. 앞으로도 음악 없이는 그려지지 않는 그의 시간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동안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다. 너무 여행스케치만 바라보고 살다 보니, 다친 후 회복기간도 그렇고 슬럼프가 찾아오는 시간도 겪으며, 그는 자신이 ‘우울한 괴물’이 된 것 같았다는 다소 격한 표현을 내뱉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그래도 누구도 짐작할 수도 없을 병상의 시간들을 잘 이겨낸 그는 그 시간을 발판 삼아 자신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그동안 음악을 하며 예쁘게, 잘 스케치 해 온 거라 생각해요. 열심히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던거죠. 이제는 제 삶에 색을 칠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 삶에 채색을 하자! 그런데 어느새 제 나이가...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곧 좋은 모습으로 멋지게 색을 입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락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리턴’한다는 마음으로 루카라는 예명으로 락을 하기도 하고, 통기타를 사랑하는 변치 않는 마음으로 포크적 음악의 삶 또한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조병석. 4년 후면 여행스케치 40주년이기에 이를 기념할 여행스케치의 열 번째 앨범도 계획 중에 있다. 활짝 웃는 얼굴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달라며, 중년의 여행스케치인 ‘낭만스케치’, ‘백발밴드‘ 이렇게 멋진 이름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중년 아닌 딱 소년 같다. 평생 음악만을 할 것이라는 그의 다짐과 함께 더욱 짙은 감성이 녹아있을 그의 예쁜 색깔 노래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그도 기억해 주면 좋겠다.
writer _안정미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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