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에Zeongmae 포디움 위에서 / 부채가 들려준 여름의 지혜
- 정마에 포디움워에서 / 정현구 칼럼니스트 / 2026-08-01 08: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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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pixabay |
오늘은 운전하는 내내 하늘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구름은 쉼 없이 형태를 바꾸고, 파란 하늘은 그 사이사이를 드러내며 여름이라는 계절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매미도 기다렸다는 듯 힘찬 합창을 시작했다. 여름은 비로소 제 목소리를 되찾았다.그러나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도 한낮의 열기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아스팔트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햇볕은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럴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늘을 찾는다. 나 역시 나무 그늘 아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들린 부채를 천천히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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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pixabay |
신기한 일이다. 선풍기도 아니고 에어컨도 아니다. 그저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작은 도구 하나일 뿐인데, 한 번, 두 번 부채질을 할 때마다 살며시 스치는 바람이 온몸의 열기를 가져간다. 바람은 원래 보이지 않는 존재지만, 부채를 만나면 손끝에서 태어난다.생각해 보면 부채는 참 겸손한 발명품이다. 전기를 쓰지 않고 소음을 만들지도 않는다. 고장이 날 일도 없고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도 없다. 오직 사람의 손이 움직인 만큼만 바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부채의 바람에는 기계가 줄 수 없는 느낌이 있다. 내가 만든 바람이기에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요즘 우리는 더 강한 냉방을, 더 빠르고 편리한 기술을 원한다. 하지만 여름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언제나 가장 강력한 기계였던 것은 아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 앉고, 부채를 천천히 흔들며 바람을 기다리는 여유.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몸은 식고 마음도 함께 차분해진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여름을 살아왔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지혜를 잃지 않았다. 처마 끝 그늘에 앉아 부채를 펼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바람을 나누고 계절을 견뎌냈다. 부채는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여름의 철학이었다.그러고 보니 음악에서도 닮은 순간을 만난다. 화려한 기교보다 쉼이 더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쉼표가 있어 선율이 살아나듯, 여름에도 잠시 그늘에 머무는 시간이 있어 하루가 견딜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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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pixabay |
부채질의 일정한 리듬은 느린 악장의 호흡처럼 마음의 박자까지 천천히 가라앉힌다.오늘 하늘은 웅장한 교향곡이었다. 그러나 그 교향곡을 끝까지 감상하게 해 준 것은 의외로 손바닥만 한 부채 한 자루였다.세상에는 거대한 것만이 위대한 것이 아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오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바람을 만들어 주는 부채처럼, 작지만 오래도록 곁을 지켜 주는 것들이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든다.오늘도 부채가 만들어 낸 작은 바람 한 줄기가, 여름을 다시 사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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