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에(Zeongmae) 포디움 위에서 / 쉼표도 악보다

Column / 정현구 칼럼니스트 / 2026-07-17 08:03:09

[욜드(YOLD)=정현구 칼럼니스트] 오늘은 제헌절이다. 마침 금요일이라 주말과 이어진 연휴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쉬는 날이었고, 지금도 어딘지 모르게 '쉬어야 하는 날'이라는 느낌이 남아 있다. 아침에는 집에서 집필 중인 책의 원고를 썼다. 한 문장을 다듬고 한 단락을 이어 붙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언제나 깊은 호흡을 요구한다. 글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이 함께 써 내려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편곡 의뢰인의 수정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휴일이라 도로는 교외로 나가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모두가 쉼을 찾아 떠나는 길이었다. 다행히 나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 큰 정체 없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편곡을 하다가 책 원고를 쓰고, 다시 메일을 확인하다가 악보를 수정하고, 또 모니터 속 문장으로 돌아오는 일이 하루 종일 반복됐다. 음악과 글은 둘 다 창작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하나는 소리로 생각하고, 다른 하나는 문장으로 생각한다. 방금까지 음 하나의 균형을 고민하던 머리가 곧바로 문장의 리듬을 찾으려 하니 생각이 자꾸 엉켰다. 문장은 나아가다 멈추고, 다시 시작해도 또 꼬였다. 집중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자 마음도 덩달아 산란해졌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쉬는 날은 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쉬는 것을 게으름으로 오해할 때가 많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느끼고, 하루라도 비워 두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휴일에도 일을 만들고, 빈 시간을 애써 채운다.
하지만 음악은 정반대를 가르쳐 준다. 악보에는 음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쉼표도 있다. 쉼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호가 아니라, 다음 음을 살아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연주자가 쉼표를 무시하면 음악은 숨이 막히고, 청중은 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계속 달리는 것만이 성실함은 아니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 문장도 다음 음표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오늘은 결국 의뢰받은 편곡을 마무리해 메일로 보냈고, 원고도 조금은 더 써 내려갔다. 해야 할 일은 끝냈지만, 글이 자꾸 꼬였던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속 쉼표가 부족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휴가 지나면 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하루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작은 쉼표 하나를 선물하려 한다. 좋은 연주가 아름다운 쉼표 위에서 완성되듯, 좋은 삶도 잘 쉬는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오늘의 음악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2악장(Andante)을 추천한다. 서두르지 않는 선율과 넉넉한 여백이 오늘의 마음을 천천히 정돈해 준다. 음악은 때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보다, 잠시 멈추는 용기를 먼저 가르쳐 준다.

[ⓒ 욜드(YOLD).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