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튀르키예 흑해, 자연과 역사, 미식이 한자리에

Travel / 오수정 칼럼니스트 / 2025-10-10 11:09:34
- 서부부터 동부까지, 흑해의 자연과 문화 한 번에
- 호수·옛 마을·고원(高原)·미식으로 완성하는 여름 여행

[욜드(YOLD)=오수정 기자] 푸른 바다와 청정한 공기, 녹음 짙은 언덕이 끝없이 이어지는 튀르키예 흑해 지역은 여름휴가의 색다른 대안이다. 특히 여름이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고원(高原)은 시원한 바람과 전통 목조 가옥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준다. 숲길 트레킹, 계곡 낚시, 전통 춤과 음악이 울려 퍼지는 축제까지 - ‘쿨케이션(coolcation)’을 꿈꾼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서부 흑해 - 호수와 옛 마을이 있는 길
이스탄불에서 차로 몇 시간 달리면, ‘일곱 개의 호수’라 불리는 예디골레르 국립공원(Yedigoller National Park)이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새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길목의 작은 마을 골목에는 오스만 시대 목조 가옥이 늘어서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어지는 여정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프란볼루(Safranbolu)가 기다린다. 잘 보존된 가옥과 옛 시장, 그리고 골목마다 퍼지는 달콤한 로쿰 향이 여행의 감성을 더한다. 해안으로 나서면 절벽 위 등대와 ‘튀르키예 최북단’을 알리는 표지판이 여행의 특별함을 완성한다.

동부 흑해 - 고원의 바람과 신화 속 풍경
동쪽으로 갈수록 풍경은 한층 장엄해진다. 특히 오르두(Ordu)와 기레순(Giresun)은 세계적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25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그 명성답게 참바쉬, 페르솀베, 케이팔란 고원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바닷가에 자리한 야손 곶(Yason Burnu)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모험담이 깃든 장소다.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선 영웅 제이슨과 50명의 뱃사람들이 ‘아르고 호’를 타고 흑해를 누비며 모험을 펼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파도와 바람이 만나는 이곳에 서면, 그 옛날 바다 위에서 들렸을 법한 노 젓는 소리까지 상상하게 된다. 서늘한 고원 마을에선 ‘휘파람 말’이 바람을 타고 퍼진다. 그냥 신호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끼리 진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멀리 떨어진 언덕과 계곡 너머로도 소리가 또렷하게 닿아, 일상적인 인사부터 간단한 소식까지 모두 휘파람으로 전한다. 이 독특한 언어는 2017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됐으며, 지금도 이 마을에 가면 직접 들을 수 있다.

이어지는 길목에는 절벽 위에 세워진 수멜라 수도원이 숲 속에 숨어 있다. 깎아지른 절벽과 웅장한 석조 건물,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여정의 마지막, 아르트빈의 깊은 산과 에메랄드빛 계곡이 흑해 여행의 장대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미식 - 흑해의 맛으로 완성하는 쿨케이션
흑해의 아침은 옥수수 가루와 버터, 치즈를 듬뿍 넣어 만든 쿠이막(kuymak)으로 시작된다.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그 순간, 현지인의 “더 돌려!”라는 웃음 섞인 외침이 들려온다. 점심 메뉴로는 갓 따온 케일로 끓인 따끈한 수프나, 바다에서 방금 잡아 올린 멸치를 노릇하게 구워낸 요리가 인기다. 언덕마다 펼쳐진 차밭에서는 찻잎을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한 줌의 잎이 바구니에 담기고, 이내 갓 우린 따뜻한 차가 유리잔에 담겨 나온다. 차 향과 함께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이 이곳만의 여유를 만든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헤이즐넛, 화덕에서 갓 구운 바삭한 삼순(Samsun) 피데, 그리고 부드럽고 달콤한 함시쾨이(Hamsikoy) 우유 푸딩까지 — 이 지역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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