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터 조대안의 Retro LP Story / 김민기·양희은 – 금관의 예수

Midlife Culture / 조대안 칼럼니스트 / 2025-10-10 11:53:23
희곡 <금관의 예수>(1972년)의 저자는 이동진이다. 암울하던 1970년대 ‘낮은 곳’에 있어야 할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권력과 금력이 빌붙어 잇속을 차리는 데 열중하는 현실을 풍자한 수작이다.

[욜드(YOLD)=조대안 칼럼니스트] 김민기는 원주를 중심으로 민중문화운동을 하던 시인 김지하와 함께 일하면서 지학순주교와 장일순을 만나 가까이 지냈다. 김지하는 당시 대학가의 문화운동패 후배들인 임진택, 채희완, 김민기등을 자주 원주로 불러 원주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힘을 합쳐 마당극과 탈춤, 연극 창작을 통해 민중문화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연극 <금관의 예수>를 원주 가톨릭회관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그가 시를 써 김민기에게 주제곡을 부탁했다. 이렇게 탄생한 노래가 「금관의 예수」이며 나중에 「주여 이제는 여기에」로 제목이 바뀌었다.


김민기 작사 작곡의 「금관의 예수」는 197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널리 불린 저항 음악이며 금지곡이었다. 앨범 금관의 예수(1970년 후반추정)는 유신독재에 반대하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2년 10월 유신 이후 국외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기 위해 일본에서 조직한 단체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의 <일본본부선전국>에서 제작하고 <재일한국청년동맹>에서 발행했다. 

음반의 타이틀은 '金冠의 예수'인데 부제는 地下抵抗の歌<金冠のイエス> 즉, 지하저항의 노래<금관의 예수>가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다. 앨범 재킷 사진은 동트는 새벽에 멀리 지평선에서 오렌지빛 여명이 솟아오르는 장면이다. 비밀리에 발매된 음반에 걸맞게 공식적인 음반레이블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SS-3593이라는 음반고유넘버는 선명한 것을 보아 이 단체에서는 이 음반 말고도 의식적이고 저항적인 음반을 상당수 발매했음을 알 수 있다.

뒷면에는 <抵抗의 노래모음>이라는 한글표기가 뒷면 중앙 맨 윗쪽에 나와있다. 왼쪽에는 양희은이 부른 1면의 8곡 목록과 가사가, 오른쪽에는 2면엔 김민기가 노래한 8곡의 목록과 가사가 나와 있어, LP 한 장에 무려 16곡을 담고 있는 진기한 LP라 할 수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양희은의 「금관의 예수」는 1975년 발매된 최초 버전이 아니다. 제목과 가사뿐 아니라 밴드 연주로 진행된 오리지널과 달리 심플한 오르간 연주로 진행된 녹음자체가 다른 음원이다. 12인치 LP 보다 먼저 1976년 10월 25일 일본 토요미술사에서 발간한 김지하 시화집에 7인치 싱글이 속지까지 포함된 부록 개념으로 부착되어 공개되었다. 음반 수집가들 사이에 이 음반의 존재 여부는 상당기간 격론이 오간 적이 있는데, 최근 5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한 온라인 경매에서 낙찰되면서 존재를 입증했다.

1면에는 양희은이 부른 김지하작사 김민기작곡의 「금관의 예수」, 김민기 작사작곡의 「작은 연못」, 「바다」, 「서울로 가는 길」, 「아침 이슬」, 한대수 작사·작곡의 「행복의 나라」, 신중현 작사작곡의 「길」, 방의경 작사 김광희 작곡의 「가난한 마음」이, 2면에는 김민기 작사 작곡 노래인 「친구」, 「푸른 하늘」, 「바람과 나」, 「누가 보았을까」, 「꽃」, 「여러갈랫 길」, 「그날」, 「종이여 날리자」 총 16곡이 수록되어 있다.

writer _조대안 희귀음반콜렉터 /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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