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s Food / 봄조개> 봄철, 가장 통통하고 달달한 바다 속살 맛

Food / 변준성 / 2025-02-10 16:26:03

[스마트시니어뉴스=변준성 기자] 사람에게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화양연화'이지만, 조개에 있어선 가장 달고 뚱뚱한 봄이 '화양연화'다. 이를 맛보지 않고 지나가는 건 봄을 낭비하는 셈이다. 봄의 조개는 겨울과 여름 같은 드라마가 없는 대신 맛, 오로지 맛이다. 사시사철 흔한 게 조개라서 제철이 있나 싶다가도 봄 조개를 맛 보면 제철이 이래서 제철이구나 싶다. 겨우내 찬물에서 얌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가 봄이 시작되면 산란을 준비하며 몸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가비 안에 오동통한 살을 채운 조개는 단맛을 잔뜩 낸다.


조개는 고요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요란한 동물이다. 가리비는 껍질을 홱 열어 젖히기 일쑤고 대합이나 백합류 조개들은 물을 찍찍 쏴댄다. 바지락은 끊임 없이 바시락거려서 바지락이고, 새조개는 숫제 날아다녀서 이름이 새조개다. 그래서 조개를 고를 때는 그 활발함을 기준 삼아 고르는 것이 방법이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물 밖에 쌓아놓고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껍데기를 손으로 슬쩍 건드렸을 때 발을 쏙 집어넣는 정도의 생명력은 있어야 신선한 조개라 할 수 있다.

 

요즘 조개는 대부분 해감이 된 채로 유통되지만 그래도 모래가 씹힐 때가 있다. 바닷물 정도의 농도로 소금물을 맞추는데, 맛을 봤을 때 생리식염수와 비슷한 염도가 적당하다. 조개가 물에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넉넉하게 잡아야 조개가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해감을 잘 하니 참고하자. 숟가락 등 쇠붙이를 넣으면 조개가 쇠비린내를 맡고 모래를 토해낸다.

물에 담가둔 조개는 검은 비닐봉지나 쿠킹포일로 덮어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펄을 뱉어낸다. 실온보다 약간 서늘한 곳에 1, 2시간 두면 되는데, 냉장고에서는 너무 추워서 기절하거나 죽는 때도 있으니 차라리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가 낫다. 조개의 해감 환경은 염도에서부터 밝기, 온도까지 여러모로 바다에서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유통 중 잠자코 있던 조개들이 집에 온 줄 알고 활동을 시작해야 해감이 되기 때문이다. 용기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 쏘는 소리가 들리면 조개들이 편하게 해감 중이라고 보면 된다.  

▲ phot - pixabay
조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싱싱하다는 전제 하에 회로 먹을 때가 가장 맛이 좋고, 그 다음이 뜨거운 육수에 1, 2초 스치듯 익히는 샤부샤부다. 그 다음은 찐 것, 삶은 것, 오븐에 구운 것과 직화에 구운 것 순이다. 원리는 불이 덜 닿고 조리를 덜할수록 맛있다는 것. 조개의 단백질은 응고되면 단단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수분을 많이 갖고 있어서 익으면서 물기가 빠져나가면 질깃해진다. 조개를 쫄깃한 맛에 먹는다고도 하는데, 오래 익혀 소가죽처럼 질겨진 것과 쫄깃한 질감을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치아에서 살짝 저항감이 느껴지는 정도의 부드러운 탄력이 조개 요리가 지향해야 할 상태다.


조개는 각종 찌개와 탕, 죽의 육수 재료로도 흔히 이용되는데, 국물을 내고 조개를 버리는 게 아니라면 육수용 조개와 살 발라낼 조개를 따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준비한 조개의 반 정도를 덜어 육수를 오래 뽑은 후 버리고, 나머지 절반을 조리 과정 마지막에 따로 넣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버려지는 조개가 아깝다면, 육수를 낼 때 조개를 중간에 건져내 살을 발라 추려둔 후 껍질로만 육수를 빼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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