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윤경숙의 <식(食)과 마음>, 한 상을 차린다는 것

Column / 윤경숙 칼럼니스트 / 2026-02-13 08:37:37

[욜드(YOLD)=윤경숙 칼럼니스트] 한 상을 차린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재료를 씻고, 불을 올리고, 간을 맞추는 모든 과정이 누군가를 향해 열리는 마음의 준비다. 밥을 짓는 숨결과 국이 끓는 소리, 반찬이 조용히 완성되는 시간 속에서 한 상은 조금씩 모양을 갖춘다. 그러나 완성의 순간은 음식의 배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 식탁 위에 내려앉을 때 비로소 온다.

한 상을 차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하루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지친 얼굴엔 따뜻한 국을, 말이 적은 이에게는 부드러운 반찬을, 오늘의 마음에 어울리는 맛을 고르는 일. 이 작은 선택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조용히 위로한다. 식탁에 앉는 순간, 사람은 음식보다 먼저 따뜻함을 대면한다. 그것이 불에서 나온 열이든, 누군가의 손끝에서 나온 정성이든, 한 상의 온기는 사람을 사람 옆으로 데려온다.

모두가 바쁜 시대다. 각자 먹고, 각자 쉬고, 각자의 방에서 하루를 흘려보내기 쉽다. 그러나 한 상을 차리는 일은 흩어진 시간을 다시 모으고 흩어진 마음을 다시 묶어낸다. 한 상 앞에서는 늦게 온 사람도, 먼저 앉은 사람도 함께 ‘우리’가 된다. 같은 상에 손을 올리고, 같은 국물에 젓가락을 담그며, 사람은 서로의 하루에 자리 잡는다. 한 상에는 늘 결핍보다 풍요가 먼저 있다. 그 풍요는 재료의 양이 아니라 준비하는 마음의 크기에서 온다.

정성은 음식의 화려함이 아니라 식탁의 온도를 올리는 버팀목이다. 그래서 한 상을 차린다는 것은 “당신을 환대합니다”라는 말 없는 초대이며, “오늘 하루 잘 버텼습니다”라는 조용한 응원이다. 한 상을 앞에 둔 우리는 다시 삶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오늘 당신의 삶에서 누군가를 위해 차린 상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마음이자, 관계의 시작이다.

윤경숙 (셰프ㆍ한국외식조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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