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1877년 5월 26일, 현대무용의 개척자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탄생> 사랑과 예술에 전부를 바친 맨발의 춤꾼

Midlife Culture / 박인권 / 2025-05-26 08:51:18
- 1927년 빨간 스카프가 자동차 바퀴에 휘감기는 사고로 스카프에 목메 숨진 비운의 연인

 

[Smart Senior News=박인권 기자] 5월 26일은 현대무용의 개척자인 이사도라 던컨이 태어난 날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녀는 음악작품을 처음으로 무용에 도입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현대무용 개척자로 찬사를 받았다. 1899년 시카고에서 무용가로 처음 데뷔한 그는 당시 무용화와 코르셋을 입고하는 무용방식을 깨고 그리스식 긴 옷에 맨발로 춤을 췄다.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다음 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점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소련, 독일 무용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전통 발레의 질곡으로부터 춤을 해방시키며 20세기 현대 무용의 시대를 연 ‘혁명적 무용가’로 기억되고 있다.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죽기 1분 전 이라면 당신은 어떤 말을 남기겠습니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요?
여기,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여인이 있습니다.
미국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그가 생애 마지막 1분, 즉 죽음의 순간에 했던 말은
“안녕, 친구들! 나는 영광을 향해 떠난다.”였습니다.

 

 

 

사랑과 예술, 이 두 가지에 자신의 전부를 바친 불꽃같은 생애

“내 인생은 오직 두개의 동기를 갖고 있다. 사랑과 예술, 이 두 가지다. 이들은 끊임없이 싸운다. 왜냐하면 사랑도, 예술도 나의 전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사도라 던컨의 삶은 자신의 말처럼, 치열하게 사랑과 예술, 이 두 가지에 생명의 전부를 바친 생애였다.
자서전에서 던컨은 이렇게 썼다.


“어머니 자궁 속 에서부터 나는 춤췄다, 귤과 샴페인은 아프로디테의 음식이었음으로...”

 

삼류 무용수로 살다가 22세 때 가축 수송선을 타고 유럽으로 건너간 그녀에게 새 세상이 열렸다. 엄격한 격식에 따라야 하는 전통 발레에 익숙해있던 유럽 사회에서 그녀의 춤은 가히 파격이었다. 님프처럼 거의 옷을 걸치지 않고 맨발로 춤을 추는 그녀를 보려고 군중이 쇄도했다. 던컨이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당신의 머리와 나의 몸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완벽 하겠죠?”하고 말을 건넸다가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해 보셨나요?” 하고 면박을 당했다는 일화는 멍청한 미인과 못생긴 천재에 대한 유머로 오늘날 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던컨은 멍청한 미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의 단순한 동작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의 노동과 조사를 거듭했다. 스스로 “내 춤의 스승은 니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영혼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하는 고도의 예술로 춤을 승화시켰다. 그녀는 사랑에서도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정열적인 사랑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녀의 정열만큼 행복하지는 못했다. 강렬한 그녀의 개성이 춤과 사랑 두 가지 모두를 흡수하지는 못했나보다. 그녀는 독신을 고수하면서 연인들과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지만 1913년 보모와 함께 나들이 가서 교통사고로 둘 다 잃어버리는 비극을 맞았다. 슬픔을 딛고 일어선 그녀는 러시아에서 15년 연하인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을 만나 1922년 결혼했지만 3년 뒤 예세닌마저도 권총 자살로 던컨의 곁을 떠났다.

아마도 이사도라 던컨의 생애만큼 강렬하게 극화되어 있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녀의 파란 만장한 인생 역정만큼 그녀의 죽음 역시, 다소 어이없으면서도 극적이다. 그녀의 50회 생일이 다가올 즈음, 친구와 드라이브를 위해 목에 붉은 빛깔의 스카프를 두르고 차에 올랐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목 뒤로 넘긴 빨간 스카프의 끝자락이 차바퀴에 끼었고 그녀는 목이 젖혀지면서 목이 졸려 숨졌다. 자신의 작품을 미완성한 채 자신의 새로운 춤이 어떻게 규명 될지 모른 채 유명을 달리했다. 또한 ‘던컨 무용학교’를 전 세계에 세우고자 했던 꿈도 실현되지 못한 채...

“안녕 나는 영광을 향해 떠난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녀가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자뭇 의미심장하다. 저 세상에는 그녀가 이승에서 피우지 못했던 영광이 있는 것일까. 그녀는 죽음으로서 그 영광을 잡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의 다소 어이없는(?) 죽음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스카프는 여성들이 즐겨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목에 메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사 자동차 바퀴에 스카프가 끼어 목이 조여 오더라도, 보통의 경우라면 그 상황에서 얼른 스카프를 풀 것이다. 목조임이 한동안 지속되지 않는 한, 사람의 숨이 그렇게 쉽게 끊어질리 없다. 스카프에 끌려 자동차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스카프는 목에서 쉽게 풀 수 있을 텐데... 아이도 아닌 성인이 목에 감긴 스카프 하나 때문에 숨이 끊어졌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녀는 이 스카프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아직도 그녀의 열정적인 삶과 아름다운 미모, 그리고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정신을 기억한다. 또한 숱한 고통과 좌절, 운명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 그녀의 열정적인 삶에서 카타르시스마저 느낀다.

 

“한 발은 록키산맥의 정상에 딛고, 양 손으로는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를 품어 안은 채, 머리로는 하늘을 이고 그 이마에 무수한 별들의 왕관을 쓴...”


우주적인 무용수가 되기를 원했던 이사도라 던컨은 길지 않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녀가 온 몸으로 보여준 예술과 사랑, 그리고 정열적인 삶은, 그녀가 떠난 하늘에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신록의 계절, 이 화창한 5월에 이사도라 던컨의 생애를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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