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1983년 7월 6일, KBS-TV 이산가족 찾기 운동 생방송 시작>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Midlife Culture / 최장용 / 2025-07-06 10:06:24
- 4백53시간45분이란 단일 주제 생방송 기록을 남겼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까지 집중

[Smart Senior News=최장용 기자] KBS TV가 6월 30일부터 4개월여 동안 계속 생방송으로 기획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은 전국을 오열로 출렁이게 하였다. KBS 청사와 여의도 광장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벽보로 가득 찼고, 「만남의 광장」에는 연일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4백53시간45분이란 단일 주제 생방송 기록을 남겼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오빠, 제가 중자입니다. 오빠”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 목소리가 42년 전 헤어진 오빠임을 확인하는 순간 김중자씨 (당시47세)는 북받쳐오는 감격과 기쁨으로 말끝을 맺지 못한 채 실신하고 말았다. 1983년 7월 6일 KBS-TV 중앙홀에서 들것에 실려와 치료를 받던 김씨는 30분후 방송국으로 달려온 큰오빠 김대정씨(당시. 52세)를 직접 만나면서 또다시 실신,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오빠,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가슴속을 파고들며 울부짖는 동생을 42년 만에 품에 안은 오빠 김씨는 “이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며 몇 번이고 다짐하며 흐느꼈다. 이 같은 42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오누이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KBS의 이산가족 찾기 TV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한눈팔지 않고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1983년 7월 6일 유창순 남북적십자 총재가 담화를 발표하여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감격을 맛보았다. 또한 7월 13일 여의도에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광장 건설 공사가 밤낮을 잇는 작업 끝에 마무리되어 그해 8월 6일 만남의 광장이 문을 활짝 열었으며 이북 5도별로 이산가족 찾기 벽보 열람실도 설치가 되었다.


KBS TV가 6월 30일부터 4개월여 동안 계속 생방송으로 기획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은 전국을 오열로 출렁이게 하였다. KBS 청사와 여의도 광장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벽보로 가득 찼고, 「만남의 광장」에는 연일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4백53시간45분이란 단일 주제 생방송 기록을 남겼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6·25동란 33주년과 휴전30주년에 즈음하여 기획된 것으로 당초 1회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이산가족들의 열렬한 성원으로 연속방송에 돌입하였고, 7월15일부터는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까지 하였다. 또한 8월13일에는「해외거주동포 이산가족 찾기」방송을 실시, 워싱턴 등 미주지역동포 1백29명이 VTR를 통해 소개됐으며 9월23일에는 중공거주동포 이산가족 중에서 하얼빈·심양등지에 살고 있는 12명을 현지녹화로 소개, 방영하기도 하였다.


당시 여의도 광장의 풍경은 난민촌을 방불케 하였다. 임시방송이 몇 달이나 연장되어 진행되는 방송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은,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이산가족의 재회를 갈망하는 온 국민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 광장에는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방송국 기둥에 전단을 써 부치는 촌로가 있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재회를 자기 기쁨마냥 함께 흐느끼고 기뻐하던 젊은이들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밤이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던 전국의 시청자들이 함께 흐느끼고 이산가족의 재회의 기쁨에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이산가족의 대기를 위한 여의도 광장의 텐트촌과 혹시 가족들을 만날지 모른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못한 5만 명의 사람들로 인해 광장은 좁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미처 전단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연신 자기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광장을 돌아다니기도 하였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발음을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쉬어있기도 하였다. 불러보는 헤어진 가족들의 이름은 차라리 절규였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와 ‘잃어버린 30년 세월’등 이산가족 찾기와 관련된 대중가요가 우리들의 가슴을 울먹이게 하였던 바로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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