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ory / 곰치국, 어부들이 가장 사람하는 속풀이 해장국

Food / 변준성 칼럼니스트 / 2025-01-17 17:41:31
- 김치의 상큼한 맛과 곰치의 담백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

[스마트시니어뉴스=김승호 기자] 추운 겨울 고기잡이를 나갔던 어부들이 술에 절은 속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 먹었던 것이 곰치국의 기원이다. 예전에는 그물에 곰치가 걸리면 살이 흐물흐물하고 모양이 징그러워 그냥 내다 버렸다는 곰치가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는 어부에게 술은 더 없는 친구가 되였다.

 

술독에 빠진 어부들은 다음날 아침 팔지 못한 곰치로 국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흐물거리는 살 덕에 부드러운 곰치국은 거북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이후 해장음식으로 입소문이 퍼져 나갔고, 삼척 별미 대표로 자리 잡았다.

 

곰치는 이름도 다양하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선 물메기라고 불린다. 동해에선 곰치와 물곰, 마산ㆍ진해에서는 미거지와 물미거지, 서해에서는 잠뱅이와 물잠뱅이로 부른다. 뱀처럼 징그럽게 생겨서 어부들은 종종 바다에 버렸다. 이때 바닷물 속에 빠지면서 ‘텀벙 텀벙’ 소리를 낸다고 해서 ‘물텀벙’이란 별명도 붙었다. 표준어는 ‘물메기’다.

 

머리의 폭이 넓고 납작한 물메기는 우리 바다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수심이 50~80m 되는 바다에 서식한다. 길이는 70~80㎝, 무게도 꽤 나가는 곰치의 산란기는 12~3월이다. 곰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듯이 끓이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강원도에선 묵은 김치를 넣어 시큼하게 끓이지만 남해와 서해에선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다.

살이 무른 곰치 몇 토막에 잘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어 푹 끓여낸 곰치국은 김치의 상큼한 맛과 곰치의 담백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유일한 생선이기도 하다. 몸통 살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으면 흐물흐물한 살이 스르르 녹는다.

 

곰치는 찜을 해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찜을 하려면 껍질을 벗겨내고 내장을 제거한 뒤 황태를 말리듯 건조한다. 말린 곰치의 살은쫄깃쫄깃하게 변한다. 이 말린 곰치를 찌면 대구보다 더 맛있다는 곰치찜이 된다. 곰처럼 미련스럽고 퉁퉁하게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곰치는 해장에 좋은 단백질과 비타민, 아미노산이 풍부해 복어와 쌍벽을 이룬다고 할 만하다. 또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고, 철분과 칼슘 등도 포함돼 있어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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