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Cropping Life / Kunst Studio 강경석 대표, 행복한 인생 샷을 찍는 사진작가 “장수사진 찍고 오래 살자”
- Interview / 안정미 기자 / 2025-10-26 22:20:55

writer _안정미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강경석 작가의 첫 사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좋은 사진을 좋은 생각으로 찍는 일을 하는 작가인 만큼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 생각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곤조곤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강경적 작가의 말솜씨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심심한 드라마 하나 보는 것 같긴 했다. 재미있다.
강 작가와 사진을 운명이라는 거창한 말로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오래전부터 사진기를 갖고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이 운명처럼 좋았다기보다는 그림 그리기와 같은 다른 분야에 재능이 없었기에 더 사진기에 의지하다 보니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고. 함께 사진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사진학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사진을 시작하게 됐다. 졸업 후 친구들은 신문사나 잡지사에 사진기자, 사진작가로 취업을 하던데, 강 작가에게는 쉽지 않았나 보다. 결국 ‘사진’을 업으로 하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진 못했지만 건설회사의 홍보팀으로 입사해 사진과의 연은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젊은 시절 해외 파견을 자처하는 등 다른 사람들보다 배는 힘들게 건설회사 홍보팀 일을 해 돈도 많이 벌었다. 이후 카이스트의 기술 조교를 하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기도 하고 돈도 더 벌 수 있는 기회로 몇 년을 보냈지만 그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었기에 약간의 갈증이 있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강 작가는 드디어 30대 중반에 대전일보 경력 사진기사로 활동하면서 전공을 살려 원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회인으로 거듭났다. 8년간 대전일보에서 경력을 쌓은 그에게 이제, 사진은 단순한 ‘업’이 아닌 ‘삶’이 돼 갔다. 강 작가의 사진 인생은 그 후 농협중앙회 사진을 전담하면서부터 더욱 빛을 발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되며 홍보, 행사 사진 촬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회장 전담 사진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농협의 지역 발전 사업의 일환으로 시골의 조합장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에 전국 500여 개 지역농협과의 협업으로 수많은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해 왔다. 1년에 5천여 명 조합장들의 사진을 찍게 되는데, 강작가는 ‘영정사진’이라는 말이 늘 조심스러웠다. 만 65세 이상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아무리 시골에서는 그들을 노인이라 부른다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이 거슬렸다. 이에 강작가는 '영정사진‘을 ‘장수사진’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장수사진. 단어 하나 바꾸니 사진의 의미, 느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강작가는 40대에 시작한 이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이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장수사진을 촬영한 작가로 알려졌다. 10만 명. 강작가가 20여 년 동안 촬영한 장수사진의 주인공의 수다. 말이 10만 명이지 실로 엄청난 수가 아닌가. 강작가는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그의 작업은 어르신들의 인생과 웃음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둔다. 나이든 분들의 인생을 기리거나, 후손에게 남기기 위해 촬영하는 의미 있는 사진 작업이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어르신들은 인생샷을 건지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 중에 기억이 남는 분도 계실까 문득 궁금했다. 기억에 남는 분들이 꽤 있다는 강 작가는 가장 마음에 남았던 할머니의 말이 있다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언제부턴가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헤어, 메이크업 지원까지 함께 하면서 인생 샷을 찍어드리기도 하다 보니 곱게 단장하며 신기해하던 할머니의 말이 항상 떠오른다고.
“그 옛날 시집 갈 때 입술 한번 발라보고,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또 한 번 발라보게 되네.”라며 방긋 웃으며 이야기하던 할머니.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병상에 계시던 어머니를 직접 간병해 왔던 강 작가라서 그 할머니의 말이 잊혀지지 않은 듯 보였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다정히 대했을 강작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다.

강 작가는 장수사진을 찍으며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제가 잘 찍어드린 이 사진을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이 간직해주면 참 좋겠어요. 옛날 시골 집들에 가보면 벽마다 왜 사진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잖아요. 돌아가신 부모님도 걸어두고, 자랑스러운 자식들, 사랑스러운 손주들 사진들이 여기 저거 걸려 있곤 했거든요. 저희 부모님 세대, 친척들 집만 봐도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에요. 나의 엄마 아빠의 사진인거잖아요. 가장 곱고 건강하게 찍은 부모님의 모습을 꼭 간직해서 집에서 늘 기억하고 바라봐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장수사진을 찍어 드리면 사진을 받아보고 너무 고맙다 인사를 전해주는 분들도 소중하지만, 자녀들이 사진을 추가 요청할 때 매우 귀하고 더 보람을 느낀다는 강작가. 처음은 어르신들을 위한 작업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강작가 자신을 위한 일과 같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작업이기에 강작가의 장수사진 촬영은 앞으로도 더욱 빛날 것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예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사진작가 강경석’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writer _안정미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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