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life / 캘린더, 내 집안의 들어온 작은 미술관

Midlife Culture / 최장용 / 2025-01-06 1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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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니어뉴스=조현철 기자] 달력은 희망을 품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한다. 편안하고 밝고 화사하면서도 사계절 감각이 뚜렷한 작품이다.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곤란하다. 그러면서도 지명도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자 한다.
 
 미술이 사회에서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미술 애호가들만의 사랑방이던 옥션경매에 일반인들이 대거 진출, 투자 제1호로 인기를 끌었는가 하면 신정아 사건으로 국내 유명 갤러리들의 이름이 들먹거려졌다. 그뿐인가 선거유세가 한창이던 시기에 불거진 삼성비자금 관련 뉴스로 난데없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 아트가 며칠간 메인뉴스시간에 등장하기도 했다. 앤디 워홀이야 널리 알려진 팝아트의 대가지만 리히텐슈타인은 대중들에게 낯선 이름이었을 수 있다. 게다가 그림 제목도 ‘행복한 눈물’이라니, 이 아니 멋진가!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국민들은 미술 공부를 실컷 하게 되었다. 교양인으로 급부상해버린 우리 국민들은 지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하다.


국내외 작품을 막론하고 유명 미술품을 내 집에 두고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감상할 기회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비록 인쇄물일지언정 달력그림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이 뭐 진품을 가져서야 맛인가. 좋은 그림을 보고 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상 자세 아닐까. 어차피 우리 서민들이야 유명작가들의 작품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진대, 달력을 내 집의 미술관으로 생각하고 적당한 위치에 잘 걸어서 활용하는 것도 생활 속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달력인심이 예전 같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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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만 해도 연말연시가 되면 퇴근길의 가장들은 둥그렇게 말린 달력들을 옆구리에 끼고 종종걸음으로 귀가했다. 온돌방에 앉아 가장이 달력을 펼쳐놓으면 가족들은 자기 방에 걸 달력을 고르느라 애교어린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해의 달력은 일 년 내내 주인의 방에서 인테리어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배당하고 남아도는 달력으로는 아이들의 새 학기 교과서 겉표지로도 손색이 없었다. 반질반질한 아트지가 왜 그리도 좋기만 했던지! 지금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 속의 빛바랜 추억담으로나 남아있을 뿐이다.


당시의 달력은 대체로 해외명화를 위시하여 국내작가의 그림, 아름다운 풍경사진, 그리고 여배우들의 사진 등으로 크게 대별되었다.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유명작품을 맘껏 인쇄해서 배포해도 그리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솔직히 인쇄술이 뒤져있던 탓에 작품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진품과 손색없을 정도의 발달된 인쇄기술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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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업체 달력에는 미술작품들이 대부분 수록되고 있는데, 미술작품을 싣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작가가 생존해 있을 경우에는 해당 작가에게, 타계했을 경우에는 유족이나 작품 소장자 등에게 저작권료가 돌아간다. 저작권료가 가장 높은 국내작가는 김환기(컷당 500만원 안팎), 그다음으로 장욱진?박수근(약 300만원) 순으로 알려져 있다. 그외 원로급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은 200만원, 중견작가 150만원, 젊은 작가들에게는 120만원 안팎의 저작료를 지불한다고 한다


훌륭한 작가들의 그림이 수록된 달력을 입수했다면 일년 내내 좋은 미술관을 내 집에 두고 있는 셈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몇 백 억인지 몇 십 억인지 도대체 가늠도 되지 않는 액수의 진품을 집에 걸고 자족하든가 말든가, 도난당할까봐 전전긍긍 불안하게 살든가 말든가 내버려두고, 우리 서민들은 좋은 달력그림 하나 구해서 올 일 년 내내 감상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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