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에 포디움위에서 / 입으로 먹는 보약, 누워서 기다리는 보약
- 정마에 포디움워에서 / 정현구 칼럼니스트 / 2026-08-22 10:28:24

[욜드(YOLD)=정현구 칼럼니스트] 예부터 내려오는 굴지의 건강 보약 두 가지. 바로 ‘밥’과 ‘잠’입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은 실천하기가 참 섭섭하리치만큼 명쾌합니다. 내 입으로 숟가락을 들고 씹어 넘기겠다는 의지와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해결되니까요. 맛있는 반찬이라도 하나 얹어지면 의지는 그야말로 불타오릅니다. 적어도 밥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정직한 보약’인 셈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보약인 ‘잠’입니다. 이 보약은 약효도 최고지만, 구매 절차가 지독하게 까다롭습니다. 잠은 밥처럼 “자, 지금부터 열심히 자보자!”라고 강한 의지를 태운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의지를 불태울수록 뇌는 “아, 지금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구나!”라고 오해하며 정신을 더 초롱초롱하게 밝혀버립니다.
눈을 감고 “자야 한다, 자야 한다, 30분 뒤에 자면 겨우 5시간 자겠네, 아니 이제 4시간 반인가?” 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간, 수면의 신은 비웃듯이 저 멀리 달아납니다. 의지가 높을수록 수면과의 거리는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라니. 잠은 참 청개구리 같은 보약입니다.
어쩌면 잠이라는 보약을 먹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의지를 내려놓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에는 “반드시 자고 말겠다”는 비장한 결의 따위는 접어두기로 합시다. 그저 하루 동안 고생한 내 몸을 폭신한 이불 속에 넣어두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온갖 헛소리들을 방관해보는 겁니다. 잠은 잡으려고 쫓아갈 때가 아니라, 멍하니 힘을 빼고 기다릴 때 조용히 귓가로 다가오는 손님이니 말입니다.
오늘 하루도 제 몫을 다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디 안달하지 않는 느긋한 마음으로, 두 번째 보약을 달콤하게 음미하는 밤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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