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1977년 2월 7일, 프랑스 퐁피두 센터 오픈> 따로 또 같이, 창조, 감상, 놀이

Midlife Culture / 신성식 기자 / 2025-02-03 10:59:40
- 유리와 철골을 주재료로 하는 초현대식 디자인 건물 퐁피두 센터.

[스마트시니어뉴스=신성식 기자] 굴같은 통로가 여기저기 엉킨 그 유명한 파리 지하철을 타고 랑뷔토(Rambuteau)역이나 시청역에 내리면 붉고 푸른 튜브로 구축된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웅장하고 경건한 느낌의 박물관이나 문화센터를 머릿속에 상상했을 타지 방문객들은 처음엔 '에, 이게 뭐야'라는 반응으로 처음에는 당황하기 쉽상이다.

그러나 곧 신나고 흥분된, 매우 새로운 장을 접하게 된다. 바로 이곳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대중에게 개방된 장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Le Centre Georges Pompidou) 앞마당은 우리나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처럼 각 나라에서 온 예술인들의 인종, 문화를 막론한 상시 공연의 터로 개방되고 있다. 
 
1977년 죠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파리 시청 근처 허름한 보부르(Beaubourg) 지역을 개발해서 건축한 국립 죠르주 퐁피두 센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유리관 속을 오르내리는 방문객들 모습이 건물의 정면에 훤히 드러나 보이고 웬지 짓다 만 듯한 철골이 온통 외관을 뒤덮고 있다.  이 건물이 신축될 당시 파리 각 매스컴에선 이를 '국가적 망신'이며 '파리를 공장으로 만들려는 대통령의 악취미'라고 혹평을 가했다는 후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과 문화 향수권을 모든 이들에게 제공하는 퐁피두 센터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다중 복합센터의 기능을 일약 갖추고 대중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퐁피두예술문화센터의 시설론, 공공정보도서관(BPI), 국립현대미술관(MNAM)과 현대음향 및 음악연구소(IRCAM), 산업디자인센터, 출판사(ECP) 등이 있다. 부대 시설로는 영화 상영관, 아동 미술 공작실과 까페, 출판물 판매소 등을 갖추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무려 166미터의 길이에 너비가 60미터나 되는 커다란 공간이 아무런 기둥이나 벽에 의지함 없이 탁트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는 움직이는 칸막이가 융통성있게 설치돼 있어 디자인, 건축, 모드, 그래픽 이미지, 신개발 테크놀로지 등 실용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일상 문화의 산물이 전시된다.


그것을 주관하는 기구가 바로 국립장식미술관과 연계된 산업디자인센터로 가장 광범위한 영역의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또 1층과 2층 사이에 또 하나의 공간을 둬 정보센터를 운영함으로 미래 지향적인 일상 문화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하에는 1901년 설립돼 국립퐁피두예술문화센터 개관과 더불어 이전한 현대음향 및 음악연구소가 자리잡고 있어 '실용 현대음악의 발전소'로 활용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직원들이 근무하는 2층 사무실을 지나 3층에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공정보도서관에 도달한다. 3층과 4층에 걸쳐 1만 2000평방미터의 공간에 자리잡고있는 이 도서관은 1868년 설립된 국립도서관의 후신이다. 현재는 70만 종이 훨씬 넘는 도서와 디스크, 슬라이드, 마이크로필름, 비디오 등이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자연 수유를 하며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과 카페트 바닥에 그대로 앉아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의 모든 지식에로의 접근'이란 도서관의 정책 목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진풍경을 이뤄낸다.
이 건물에 소속된 여러 기구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건물 5층과 6층에 위치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소장품으로는 피카소, 마티스, 달리, 마그리트, 미로 등 거장들의 작품과 팝, 네오 다다 등 각종 표현 유형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예전에는 미술관이 미술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 이제는 현대 생활에서 필요한 여유공간으로 자리잡고 미술감상과 이해, 교육의 현장인 동시에 휴식과 유희적 장소로 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신세계를 위한 공간으로까지 그 기능이 확대돼 나가고 있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론이 부각되면서 주체가 사물이 아닌 사람으로, 사회봉사를 위한 교육적 도구와 장소로 개념을 확대시키고 있다.


현대미술관은 2000년 1월 새롭게 개축하고 그 기능을 확장, 개편하면서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현대(modern) 미술의 공간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회화 기법과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표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예술가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만의 법칙을 만들고 있다. 남과 다른 자기만의 독창적 개념과 표현이 그것이다. TV, 인터넷과 사이버 매체 활용으로 작가들은 더욱더 자유롭게 된다. 비디오 아트 작가 백남준의 작품들이 해외에서 각광받았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을 수용하기 위해서였다.


늘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추구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철골을 그대로 노출시킨 건물의 특징이 실내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어 천정과 벽이 마감돼 있지 았다. 파리 개선문의 형상을 본딴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양면의 문(Arc Double Face)'에서 100대의 모니터를 이용해 건물 창문을 끌어들인 효과적인 디스플레이는 바로 이런 짓다 만 듯한  건축 기법에 있지 않나 싶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난 방문객들은 6층 옥상의 까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관내 영화관에 들러 예술가와 작품에 관련된 필름을 볼 수 있다. 다시 파리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뮤지움 숍을 구경할 수 있다. 그곳에는 각종 전시회 도록과 전문적인 박물관학 관련 도서는 물론 전세계의 유명 미술관과 포스터, 엽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리 출입문을 나선 뒤에도 또 다른 볼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먼저 건물 뒤켠의 분수 광장에는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과 장 팅겔리(Jean Tinguely)가 공동 작업한 움직이는 조각들이 분수 주위에 앉아 휴식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입을 열고 다무는 빠알간 입술, 빙빙 돌아가는 높은 음자리표, 물을 뿜어내는 알록달록한 도룡뇽 등은 일상 속에 존재하는 예술이 얼마나 인간에게 정신적 영향을 주는지 피부로 느끼게 한다. 건물 앞 광장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담소를 하거나 무명의 초상화가에게 자세를 취해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악기 연주와 함께 휘발유를 입에 넣고 불을 뿜는 묘기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고귀한 예술이 거리의 축제와 함께 어울려지는 곳,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원하는 만큼 배우고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곳. 한마디로 퐁피두센터는 숭고하기만 한 그 무엇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실체임을 일깨워주는 멋진 문화 공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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