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life / 그때 그시절 / 7080 코미디와 바보 3대

Midlife Culture / 김석구 / 2024-11-22 11:38:44
- 바보?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다. 실제 우리나라 코미디의 신화는 ‘바보’들이 창조했다
- 웃음을 통해 개인 서로간의 긴장도 해소하고, 웃음의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는 모티브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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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니어뉴스=김석구 기자] 웃음은 만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가장 훌륭한 약재라고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삶이 지친 노년들에게 웃음은 그저 허허한 무념의 실소뿐인 것 같다. 웃음을 통해 개인 서로간의 긴장도 해소하고, 웃음의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는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근래의 여성들이 가장 호감하는 이성이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고 손꼽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80년대부터 MBC TV에서 방송됐던 <웃으면 복이 와요>가 11년 만에 부활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고 구봉서, 배삼룡, 유하나, 권기옥 등 희극인 스타를 배출했던 80년대 인기나 명성을 되찾아오기에는 역부족이었던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못했다.

같은 무렵 국회에서 ‘국회 유머 포럼’이 열렸다. “웃음은 만병을 다스린다”며 이름을 대면 알만한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거친 대화와 불쾌한 욕설, 그리고 폭력을 추방하자고 외쳤다. 나아가 일그러진 정치를 버리고 고운 말 하기, 맑은 웃음주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그 이후 이 포럼이 얼마나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는지는 더 이상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막말 국회, 폭력 국회라는 비난이 들려오고 있을 따름이어서 이들 말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니 감동을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80년대 유행했던 코미디 황금시대는 ‘7080’ 콘서트가 전국을 강타하고 각 분야로 파급되고 있는 현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조영남 등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시청 느낌은 왜 이들 노래가 대학가나 콘서트에서 열광하는지를 수긍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노래에서는 낭만이 있고 사람 냄새가 흠뻑 배어나고 있었다.

70~80년대 가요, 영화, 방송 등에서 황제, 왕, 여왕 등 극존칭 연예인이 많았지만, 그 명성이 지속되거나 회자되는 사람은 드물다. 70년대 말 <웃으면 복이 와요> 연출자 유수열 PD가 TBC에 갑자기 등장한 故 이주일 씨를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는 고백을 통해 KBS, MBC, TBC 등 방송 3사 PD들이 피를 말리는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짐작이 간다.


70년대 코미디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던 MBC와 TBC 두 방송 PD가 작고한 배삼룡을 놓고 난투극을 벌였던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가 하면 79년도 말 TBC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에서 이주일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등장하자 선배 코미디언 서영춘은 더 이상 녹화를 못하겠다고 보이콧(?)했다. 당시 이주일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으면 극성팬들이 이주일의 머리털을 뽑아가고 심지어는 겉옷 단추까지 떼어갔겠는가.

바보?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다. 실제 우리나라 코미디의 신화는 ‘바보’들이 창조했다. 우리나라 7080 코미디의 바보 연기는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로 대표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고 그래서 이들을 가리켜 ‘바보 3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바보는 시청자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고 누구에게나 청량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개그작가 전영호씨는 바보의 생명력은 10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7080 세대의 가요를 들으면서 국민 가슴에 남는 7080 바보 3대는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한때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를 통해 “잘 돼야 할 텐데”라는 유행어를 남겼던 현실을 고발한 시사 풍자 코미디가 아직도 국민들 가슴에 남아있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코미디가 약화되고 개그 프로그램이 득세하고 있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바보’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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