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남궁성 대표,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먹거리 안전 일궈 갈 파수꾼

Interview / 조용수 기자 / 2024-10-18 16:58:58
- 천직으로 삼은 길에서 맛본 실패… 친환경농업인의 길로 이끌어
-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결성해 가루쌀, 미곡, 대두 생산 집중
- 괄목할 만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으로 주변 농가 선도
-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걸어 갈 것

[YOLD=조용수 기자] ‘하늘의 동업’이라고도 불리는 농업은 기후 변화에 가장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시대의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리나라 농업도 이에 대응할 ‘친환경농업’ 활성화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다. 그리고 고심의 최전방엔 여전히 땀 서린 흙 위에서 울고 웃는 많은 농민의 이야기가 있다. 그 땀을 좇아 농업 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남궁성 대표를 만났다.
 
수확철이 지난 농촌엔 한층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과 달리 부여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에서 만난 남궁성 대표는 오늘도 분주한 모습이다. 한해 농사의 마무리를 점검하고, 내년 농사와 법인 운영 계획을 고심하느라 그의 하루는 쉴 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부진 인상에 베테랑 농업인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그도 농업을 천직으로 삼는 일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님을 도와 농업에 발을 내딛었어요. 어깨너머로 배우던 농사일이었는데 4H활동을 통해 농업과 지역사회 리더의 길이 무엇인지 배운 뒤, 93년부터 시설원예 작물 재배를 시작했죠. 97년엔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사업을 지원받아 비닐온실 1,200평을 신축하고 방울토마토로 연 수익 1억원까지 달성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장밋빛일 것만 같았던 날들이 2000년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를 겪으며 큰 벽에 부딪쳤어요.”

종자 가격조차 건지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 많은 빚을 진 그는 결국 부모님께 빌린 농지까지 처분해야 했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그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포기보단 극복에 의지를 둔 그는 복합영농으로 눈을 돌리고 농지를 임대해 앞만 보고 달렸다. 시행착오 끝에 수도작*과 토마토 농사, 농계 수탁사업으로 조금씩 수익이 생겼고, 2003년부터 농어촌공사의 자금을 지원받아 다량의 농지를 구입, 친환경농업의 길에 들어섰다. (*논에 물을 대어 벼농사를 지음)

“초반에는 일단 회복을 위한 선택이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행적인 농법에 회의가 들었어요. 이 땅을 지켜내는 농민이 되고 싶단 생각에 농약과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부터 벗어나 친환경 유기농업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가 본격적으로 생산성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려 하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작목반이 만들어졌다. 이후 농산물의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작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끌고가기 위해 2015년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소규모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차곡차곡 그 토대를 쌓아 온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컨설팅 교육을 받아 기계 작업자, 기술 지도자, 생산 지도자 등 각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분업화된 조직을 만들었다. 나이도 경력도 다른 조합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 관행농법보다 쉬운 제초 및 병해충 방제 기술을 터득해 수확량을 따라잡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다른 주변 농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덕에 2020년 친환경지구조성사업, 2021년 친환경농업기반구축사업, 2023년 식량작물공동경영체 육성사업, 2024년 가루쌀 장비사업 등 연달아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시설 및 장비의 고급화와 함께 법인이 이룬 성과를 공식적으로도 인정받았다. 현재 27개 농가가 함께하는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올해 96ha 규모의 가루쌀을 생산한 가운데, 부여군 관내 및 대전과 서울시 학교 공공급식에 800여 톤의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유통하고 있다.

남궁성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이제 지역 사회 성장을 도모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우리 밀과 가루쌀 콩으로 특화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 여성농업인들과 연대하고, 내년부터 농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준비가 한창이다. 과거의 그가 개인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평범한 농민이었다면, 지금의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공동의 목표에 이바지할 지역사회 일꾼이 되길 희망한다.

“법인의 시스템을 한창 정립하던 2021년 폐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감사와 긍정의 마음으로 매일을 채우고,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의미 있는 삶을 만들고 싶었죠. 작게는 내 몸을 돌보고 지식을 넓히는 일에서부터 친환경 농업인으로서 생활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일, 나아가 주민자치회 회장 활동까지 모두 그런 일환입니다.”

법인이 가야 할 길도 다시 공고히 했다. 그들의 장점을 살려 상표 개발과 토종 벼 재배, 품종 개발 등에 힘써 우리 것을 보존하고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남 대표는 지면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탄수화물은 곧 쌀’이라는 인식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급감한 젊은 세대의 쌀 소비량, 단순한 ‘농산물 팔아 주기식’의 일시적 소비 행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매스컴이 농업 및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정확한 실정을 전달하고, 올바른 먹거리 인식 제고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덧붙여 농민 스스로 친환경 농업의 명맥을 잇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생산에 눈 뜰 수 있도록 정부의 교육도 더욱 확대되길 기대했다.

흙 위에서 살아 숨 쉰 30년 농부 인생, 하늘의 뜻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 길에서 때론 주저앉기도 했지만 성실함으로 우직하게 내달린 남궁성 대표. 그와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 그려 나갈 새로운 땅의 이야기, 땀의 가치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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