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포토에세이] 초록빛 융단 위

Photo News / 김윤찬 기자 / 2026-09-14 04:09:05
사랑을 춤추는 왕관 쓴 새 [욜드(YOLD)=김윤찬 기자] 눈부신 초록의 대지 위, 머리에 기품 있는 장식깃 왕관을 얹은 생명의 군주가 우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사파이어의 푸른빛과 에메랄드의 녹음이 교차하는 수컷 공작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살아있는 보석과도 같다. 일순간 그가 꽁지깃을 활짝 펼쳐 올리면, 수백 개의 영롱한 동그라미 무늬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찬란하게 쏟아진다. 바로 이 찰나, 우리는 진화가 그려낸 가장 경이롭고 거대한 부채꼴의 예술품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토록 압도적이고 화려한 날갯짓은 결코 홀로 빛나기 위함이 아니다. 이 모든 장엄한 의식은 곁에 머무는 단 하나의 존재, 수수한 갈색 깃털과 짧은 꼬리를 지닌 암컷을 향한 절절한 세레나데다. 수컷이 화려하지만 무거운 꽁지깃의 무게를 기꺼이 견디며 생명력 넘치는 춤을 추는 까닭은, 오직 다정한 짝의 눈에 들기 위한 본연의 순수함 때문이다.

 눈부신 깃털의 일렁임 속에 담긴 생명의 절실함과, 수컷이 온몸으로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사랑 시(詩)가 오늘따라 더욱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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