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에 포디움위에서 / "술 대신 차를 들다" — 삼국지 손호와 위요의 고사에서 배운 차의 품격
- 정마에 포디움워에서 / 정화용 칼럼니스트 / 2026-08-24 20:42:47

1,700년 전, 오나라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
진나라의 역사학자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 오서(吳書)에는 오나라의 마지막 황제 손호(孫皓)와 그의 신하 위요(韋曜)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손호는 신하들을 불러 수시로 대형 연회를 열곤 했는데, 참석한 이들에게 무려 '7합(七合)'에 달하는 술을 강제로 마시게 했습니다.
???? 여기서 잠깐! 7합은 어느 정도의 양일까요? 현대의 1합(홉)은 약 180ml이지만, 삼국시대(위진시대)의 1합은 약 20ml에 불과했습니다. 즉, 손호가 강요한 7합은 약 140ml(소주 2잔 반 정도)였고, 술을 못 마시는 위요의 주량인 2합은 약 40ml(소주 반 잔 정도)에 불과했지요. 현대 기준으로는 적어 보이지만, 당시의 독주를 술에 약한 이에게 연속으로 마시게 하기엔 충분히 부담스러운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대 뛰어난 학자이자 대신이었던 위요는 술에 너무 약해 겨우 2합을 마시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손호는 학식 높은 위요를 총애했기에, 그가 술에 취해 연회석상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벌을 받는 일을 막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호가 쓴 묘안이 바로 "몰래 위요의 술잔에 술 대신 차를 채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차대주(以茶代酒)'의 탄생과 차문화적 의의
"차로써 술을 대신한다"는 뜻의 '이차대주(以茶代酒)'라는 성어는 바로 이 고사에서 탄생했습니다. 차문화연구가의 관점에서 이 기록은 두 가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집니다. 음료로서의 차(茶)의 정착: 삼국시대(서기 3세기)에 이미 차가 약용을 넘어 일상적인 '마실 거리(음료)'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료입니다. 배려와 품격의 상징: 강요와 폭음이 난무하기 쉬운 술자리에서, 상대의 건강과 품위를 지켜주기 위한 '기품 있는 대안'으로 차가 쓰였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차 한 잔의 의미
이 삼국지의 고사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인(茶人)들에게 전해 내려오며, 절제와 우아함, 그리고 늠름한 기품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타인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미덕, 그리고 술의 흥겨움 대신 차의 정적이고 맑은 기운으로 마음을 나누는 지혜. 오늘 저녁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술잔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이차대주'의 미학을 나누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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