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vo My Life / 안종운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70에 꾸는 꿈을 이야기 하다
- Interview / 안정미 기자 / 2025-10-15 22:28:43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첫발을 내딛고 긴 시간 농림부에서 근무하며 50대에 차관까지 역임한 안종운 전 농림부 차관(이하 차관)은 반듯한 공무원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도 잠시 일하고, 2007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기에 아마도 단정하고 반듯했던 공직의 모습이 깊이 배어있어 언뜻언뜻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직을 떠나게 된 것을 ‘1차 은퇴’라 한다면 벌써 18년째. 솔직히 은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고 치열하게 지냈다는 안차관은 최근 어느 신문에서 언급한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 행시17회’의 주인공이다. 그만큼 일에 몰두해 온 세대인 것이다.
여유, 그리고 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기보다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해 왔다는 안차관은 현재 그의 고향 장흥에서 ‘장흥학당’을 운영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전국의 훌륭한 강사와 함께 삶의 지혜를 나누는 시골 학당의 ‘당주’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사회가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 기꺼이 가서 함께하자.”라는 목표로 그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일과 더불어 공익을 위한 다양한 일에 아낌없이 함께 하고자 한다. 치열하고 바쁘게만 살아왔던 그에게 드디어 여유가 주어졌기에 가능했을까. 그가 말하는 은퇴 후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여유’가 맞았다.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은퇴자의 숙제죠. 저는 두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첫째는 여행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며 마음의 여유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컨설팅도 이런 여행 욕구와 맞닿아 있었죠. 하이라이트는 10살 손녀와의 알프스 여행이었습니다. 그 감동을 책으로 펴낼 만큼 인생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둘째는 사진입니다. 여행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짝이지요. 자연이 준 풍경과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담으며 또 다른 여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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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쓴 안차관은 은퇴 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조금씩 적는 것으로 그렇게 작가(전문 작가는 아니지만)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컴퓨터로 일을 하던 세대가 아니었기에 블로그와 같은 SNS는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 같았지만, 그는 그런 이유로 더욱 흥미로웠고 글과 사진이 취미가 된 덕분에 자연스럽게 SNS와도 친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일기처럼 간단하게 적어보고 찍은 사진을 설명하던 것이 차츰 스토리에 스토리가 연결되며, 기술에 기술이 얹어져 그의 소셜 네트워크 범위는 더욱 커져만 갔다.
“사진을 정리, 편집하려면 컴퓨터와 앱을 더욱 익혀야 하고, 좋은 사진을 찍으면 자랑하고 싶어 SNS에 올리게 됩니다. 여행의 감동과 사람들의 이야기, 풍경과 먹을거리 등을 나누다 보니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두 친숙해졌습니다. 덕분에 소통의 범위가 무한히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ChatGPT와의 대화에도 빠져 있습니다. 이제 기계와의 대화법을 터득해야 생존 가능한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산책과 등산, 골프가 취미인 그의 70대는 참 건강하다. 3, 40대의 아들 딸, 사위, 며느리, 10대 손주들과 견주어도 건강에 있어서는 1등이라고 자부하는 안차관이다. 그만큼 운동에는 자신있다. 아침 산책이 최고의 운동이자 건강 비법이라 말하는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한강을 걷는다. 게다가 일주일에 2~3회는 관악산이나 청계산을 오른다. 안차관처럼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고교 동창, 옛 직장 동료들과도 함께 산행하지만 혼자서도 즐길 만큼 등산은 안차관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참 건강하다.
안 차관처럼 몸과 마음이 모두 여유로운 노년의 삶은 과연 모두에게 허락될까? 아닐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대표 주자와 같은 안차관의 시간은 특별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특별해 보인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그의 실행력이 아마도 그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는 직업을 갖기 위해 16~20년을 학업에 투자하고, 그 기반 위에서 30여 년을 일합니다. 그 소중한 30년을 마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은퇴 후 또 다른 30년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 앞선 30년보다 더 귀한 후반 30년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투자해야 100세 시대에 활기차고 보람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안차관은 제2의 은퇴를 앞둔 나이라 꿈이라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인간관계가 점차 엷어지고 소통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주역’ ‘도덕경’ ‘장자’ 등 동양철학 고전에 큰 관심을 가져 온 그는 “고전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관계를 되살리는 지혜를 찾아 후손들이 AI와 같은 기계와의 소통에서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줄이는 데 작은 단서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라며 들뜬 꿈을 전한다.
수십 년의 사회 경험과 지혜를 담은 그의 꿈은 그였기에 꿀 수 있는 귀한 꿈이다. 70년의 시간을 지나 앞으로 더욱 반짝반짝 빛날 안종운의 시간들이 남아있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후배로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꿈’이라는 말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writer _안정미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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