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일상과 생각 / 가을 길목, 천상의 하모니를 만나다
- 박정하 일상과생각 / 박정하 칼럼니스트 / 2026-09-12 09:30:23

[욜드(YOLD)=박정하 칼럼니스트]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 윤종일 교수의 초대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국교수콰이어 제20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1993년 창단 이래 단체를 이끌어온 윤종일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추대되고, 고성진 지휘자를 새롭게 영입한 후 처음 선보이는 무대였다. 단원들 모두 전·현직 음대 성악과 교수와 강사 등 중견 성악가들로 구성되어 있어, 각자의 음악 활동과 후학 양성으로 바쁜 와중에도 오직 합창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특별한 합창단이다.
오페라적 화려함과 종교적 경건함의 조화
이진아 피아니스트와 이정신 오르가니스트의 반주로 포문을 연 1부 첫 무대는 고성진 지휘자의 다정한 지휘 아래 우리 가곡 <옛님>, <혼자사랑>, <못잊어>로 가볍고 정감 있게 시작했다. 이어 윤종일 음악감독의 지휘로 이번 연주회의 메인 작품인 베버(C. M. v. Weber)의 가 연주되었다. 미사곡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낭만주의의 색채와 이탈리아 오페라적 성악 기교가 돋보이는 대작이다. 특히 소프라노 솔로를 맡은 김민지 님의 활약이 눈부셨다. 당시 카스트라토를 위해 쓰였을 만큼 까다로운 고난도 테크닉과 맑은 음색, 긴 프레이즈를 요구하는 파트인데, 성량으로 제압하기보다 빛처럼 떠오르는 투명한 소리로 무대를 채워주었다.
Gloria의 마지막 "Cum Sancto Spiritu"에서 펼쳐진 화려한 콜로라투라와 Benedictus에서의 아름다운 선율 호흡은 단연 돋보였다. 이에 맞선 테너 한창희 님은 인간적이고 서정적인 선율을 따뜻하게 풀어냈으며, 알토 조우리 님의 깊이 있는 중간색과 베이스 류승완 님의 묵직하고 장엄한 기초가 어우러져 네 명의 솔리스트가 하나의 완성도 높은 성악적 색채를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중견 성악가들로 구성된 단원들의 정교하고 정성 어린 앙상블이 더해져 곡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명확한 라틴어 발음과 윤종일 지휘자의 노련한 리드가 이 대작의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다채로운 앙상블과 깊은 여운
2부 첫 무대에서는 고성진 지휘자의 지휘로 로시니의 <3개의 종교적 합창곡> 중 여성합창이 연주되었다. 의 섬세한 밸런스, 의 극적인 입체감, 그리고 로시니 특유의 우아함이 살아있는 까지 긴장과 해소의 흐름이 탁월했다. 특히 소프라노 장회진 님은 절제된 장식과 우아한 레가토로 개인의 목소리가 합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이어 윤종일 지휘자의 은혜로운 성가곡에 이어, 다시 고성진 지휘자가 이끈 마지막 스테이지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가득했다. 슈만의 <유랑의 무리>에서는 자유롭고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리드미컬하게 그려냈고, 포레의 <장 라신의 찬가>에서는 마치 숨결 같은 경건한 기도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차이콥스키 작품에서는 단순한 슬픔을 넘어 '죽음을 초월한 평화'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에 보내는 박수
사실 일 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연주회이고, 각자 독립된 성악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모인 만큼 객석은 주로 가족과 교회 식구들, 그리고 음악을 아끼는 지인들로 채워져 있었다. Professional 한 직업 합창단과 비교하자면 아주 미세한 조화의 아쉬움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무대에서 느껴진 것은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 그 이상의 '진정성'이었다.
본 프로그램이 끝나고 터져 나온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앙코르 요청에 무대는 다시 열기로 가득 찼다. 첫 번째 앙코르곡으로 대표적인 흑인 영가인 이 울려 퍼지자, 객석의 청중들도 흥에 겨워 다 함께 박수를 치며 무대와 하나가 되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서로 간의 사랑과 하나 됨을 노래하는 성가 <우리>가 정결하게 울려 퍼지며 감동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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